평균 수익률은 거짓말을 합니다
평균 수익률은 거짓말을 합니다라는 제목 그대로, +50%와 -50%가 만나면 왜 본전이 아니라 손실이 되는지를 제 계좌에서 겪은 일과 변동성 끌림의 산수로 풀었습니다.
제 계좌가 저를 속인 날
한동안 증권 앱의 수익률 그래프를 보며 흐뭇했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한 해 크게 올라 +50% 근처를 찍었거든요. 이듬해 시장이 험해지며 -50%를 맞았을 때도 저는 이상하게 태연했습니다. 머릿속 계산으로는 "평균 내면 본전이니 잃은 건 없다"였으니까요. 그런데 잔고를 열어 보니 원금의 4분의 1이 사라져 있었습니다. 100이 150이 됐다가 75가 된 겁니다.
한참을 들여다봤습니다. +50%와 -50%의 평균은 분명 0%인데, 제 돈은 왜 -25%인가. 계산 실수인가 싶어 그날 밤 스프레드시트를 열고 셀 하나하나에 등락을 곱해 가며 재현해 봤습니다. 어디에도 오류는 없었습니다. 100에 1.5를 곱하고 다시 0.5를 곱하면 75, 몇 번을 다시 해도 75였죠. 그리고 알게 됐습니다. 속은 게 아니라, 제가 처음부터 잘못된 평균을 보고 있었다는 것을요. 이 글은 그날 배운 '변동성 끌림'이라는 개념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렇습니다. 수익률을 더해서 나누는 평균(산술평균)은 내 통장의 현실과 다릅니다. 통장은 더하기가 아니라 곱하기로 움직이기 때문이죠. 그리고 이건 저만 빠졌던 함정이 아니라, 수익률이라는 숫자를 다루는 거의 모든 곳에 깔려 있는 착시입니다. 그리고 이 차이를 아는 것만으로 수익률 광고, 백테스트 결과, 유튜브의 "연평균 몇 %" 이야기를 훨씬 덜 속고 읽을 수 있게 됩니다.
통장은 곱하기로 삽니다
100만 원이 +50%가 되면 150만 원. 거기서 -50%가 되면 75만 원입니다. 수익률의 합은 0인데 돈은 25% 줄었죠. 반대 순서로 겪어도 똑같습니다. 100 → 50 → 75. 곱셈은 순서를 가리지 않으니까요. 1.5 × 0.5 = 0.75, 이 한 줄이 전부입니다.
여기서 두 가지 평균이 갈라집니다. 수익률을 더해서 나눈 것이 산술평균(0%), 실제 돈의 변화를 반영한 것이 기하평균인데, 위 사례의 기하평균은 연 -13.4%쯤 됩니다. 2년 연속 -13.4%씩 잃으면 정확히 75만 원이 되거든요. 내 삶에 의미 있는 숫자는 언제나 뒤쪽, 기하평균입니다. 흔히 보는 CAGR(연평균 성장률)이 바로 이것이고요.
문제는 이 둘의 격차가 변동이 클수록 기하급수적으로 벌어진다는 겁니다. 오르내림의 폭별로 계산해 보면 이렇습니다.
- +10% / -10%를 반복: 한 사이클마다 -1%
- +30% / -30%를 반복: 한 사이클마다 -9%
- +50% / -50%를 반복: 한 사이클마다 -25%
전부 산술평균은 0%인데, 실제 돈은 변동 폭의 제곱에 비례해 깎여 나갑니다. 이 깎임에 이름이 있습니다. '변동성 끌림(volatility drag)'. 변동성이 수익률을 아래로 끌어내린다는 뜻인데, 저는 이 이름을 알고 나서야 제 잔고의 미스터리가 풀렸습니다. 시장이 저를 속인 게 아니라, 변동성이라는 통행료를 제가 모르고 내고 있었던 거죠.
이 통행료가 가장 극적으로 보이는 곳이 레버리지 상품입니다. 지수의 하루 등락을 2배, 3배로 따라가는 ETF는 변동 폭도 2배, 3배가 되는데, 방금 봤듯 끌림은 변동 폭의 제곱으로 커집니다. 그래서 지수가 오르락내리락하다 제자리로 돌아오는 횡보장에서, 레버리지 ETF는 제자리가 아니라 지수보다 아래에 가 있습니다. 오래 들고 있을수록 통행료가 복리로 쌓이는 구조라, "지수는 우상향하니까 레버리지로 오래 들고 있으면 몇 배로 벌겠지"라는 직관은 이 산수 앞에서 자주 배신당합니다. 상품이 나빠서가 아니라, 애초에 하루 단위 추종으로 설계된 도구이기 때문이죠.
이걸 알면 세상의 수익률 숫자들이 다르게 보입니다. "이 전략의 평균 수익률은 연 12%"라는 말을 들으면, 이제 물어야 합니다. 산술평균인지 기하평균인지, 그리고 변동은 얼마나 컸는지. 변동이 큰 전략의 산술평균은 실제 내 돈의 성장보다 항상 부풀려져 있으니까요. 백테스트 자료에서 평균 수익률만 크게 적고 변동성을 작게 적어 둔 곳은 일단 의심하고 봐도 됩니다.
변동성은 그 자체로 비용입니다
이 관점의 진짜 쓸모는 투자 스타일 비교에서 나옵니다. 산술평균이 같은 두 자산이 있다면, 장기적으로는 변동이 작은 쪽이 반드시 더 많이 남습니다. 저도 확인해 보고 싶어서 스프레드시트로 실험했습니다. 평균 수익률은 연 8%로 같지만 한쪽은 출렁임이 크고 한쪽은 절반쯤 되는 두 가상 자산을 만들어 30년 굴려 봤는데, 조용한 쪽의 최종 잔고가 눈에 띄게 앞섰습니다. 해마다 수익률 뉴스에서는 요란한 쪽이 이기는 해가 절반쯤 됐는데도, 30년 누적에서는 승부가 갈리지 않았습니다. 단기 성적표와 장기 잔고는 다른 경기라는 걸 숫자로 본 셈이죠.
지루한 포트폴리오가 장기전에서 이기는 이유가 이겁니다. 변동을 줄이는 건 수익을 포기하는 소극적 선택이 아니라, 곱셈의 세계에서 기하평균을 직접 끌어올리는 적극적 수단입니다. 켈리 공식 글에서 분산투자가 "성장률을 올리는 수학적 선택"이라고 했던 것과 정확히 같은 이야기죠.
이 글로 어쩌다 3부작이 완성됐습니다. 섀넌의 도깨비는 변동성에서 수익을 수확하는 법(리밸런싱), 켈리 공식은 변동성을 키우지 않을 베팅 크기(비중), 그리고 오늘의 변동성 끌림은 애초에 왜 변동성이 비용인가라는 바탕입니다. 셋을 한 줄로 엮으면 이렇게 됩니다. 변동성은 통행료다. 비중으로 통행료를 줄이고, 리밸런싱으로 통행료 일부를 되찾아라.
내 계좌에서 써먹는 법, 그리고 도구
실천은 세 가지면 충분합니다. 첫째, 수익률을 볼 때 연도별 등락의 평균이 아니라 누적 수익률과 CAGR을 보세요. 증권 앱이 보여 주는 기간 수익률 그래프의 끝값이 곧 진실입니다. 누군가의 성과 자랑을 들을 때도 "평균 몇 %였다"보다 "얼마가 얼마가 됐다"를 물어보면 착시가 사라집니다. 곱하기의 세계에서는 시작과 끝, 두 숫자면 충분하거든요. 둘째, 큰 하락을 피하는 것을 큰 상승을 잡는 것만큼 무겁게 여기세요. -50%를 복구하려면 +100%가 필요하다는 비대칭은 변동성 끌림의 다른 얼굴입니다. 셋째, 포트폴리오 전체의 출렁임을 관리하세요. 개별 종목의 변동은 못 줄여도, 서로 다르게 움직이는 자산을 섞고 비중을 지키는 것으로 계좌 전체의 변동은 줄일 수 있습니다.
덧붙여 저는 그 일 이후로 리밸런싱 점검일마다 작은 의식을 하나 갖게 됐습니다. 그해의 등락률이 아니라 "처음 시작한 날부터 지금까지 원금이 몇 배가 됐나"를 한 번 계산해 보는 것. 올해 +20%라는 숫자보다 시작부터 1.4배라는 숫자가 제 투자의 진짜 성적표라는 걸 되새기는 절차입니다. 이 습관 하나로 단기 등락에 일희일비하는 일이 확실히 줄었습니다.
RebalanceGo는 셋째를 위한 도구입니다. 목표 비중을 정해 두면 시장이 흔들어 놓은 비중을 몇 주의 매매로 되돌릴지 계산해 주죠. 리밸런싱이 하는 일을 이 글의 언어로 다시 말하면, 포트폴리오의 변동성을 계획된 수준으로 눌러서 기하평균이 새는 것을 막는 일입니다. 화려한 기능이 아니라 통행료를 아끼는 장치인 셈입니다.
이 글은 변동성 끌림의 개념을 설명하기 위한 정보이며, 특정 상품이나 전략을 권하는 것이 아닙니다. 기억하실 것은 하나, 평균 수익률과 내 통장은 다른 산수를 쓴다는 사실입니다. 그날 밤 스프레드시트 앞에서의 저처럼, 여러분도 잔고가 이상하게 느껴지는 날이 오면 더하기가 아니라 곱하기로 다시 계산해 보세요. 숫자는 거짓말을 안 합니다. 잘못된 평균이 거짓말을 할 뿐이죠.
이 글은 투자 입문자가 이해하기 쉽도록 정리했으며, 내용은 운영 과정에서 순차적으로 보완될 수 있습니다. 특정 종목의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