섀넌의 도깨비, 제자리걸음 주식으로 수익이 나는 이유
섀넌의 도깨비, 제자리걸음 주식으로 수익이 나는 이유를 직접 코드로 시뮬레이션해 본 경험과 리밸런싱의 원리를 중심으로 풀었습니다.
정보이론의 아버지가 낸 이상한 퀴즈
여기 이상한 주식이 하나 있습니다. 매일 동전을 던져서 앞면이 나오면 주가가 2배가 되고, 뒷면이 나오면 절반이 됩니다. 오를 확률과 내릴 확률이 정확히 반반이라, 오래 들고 있어도 결국 제자리걸음일 것 같은 주식이죠. 그런데 이 주식으로 꾸준히 수익을 낼 수 있다면 믿으시겠습니까.
이 퀴즈를 낸 사람은 정보이론을 만든 수학자 클로드 섀넌입니다. 지금 우리가 쓰는 디지털 통신의 이론적 토대를 세운 그 사람이, 대학 강연에서 투자에 관한 사고실험 하나를 소개했죠. 훗날 사람들은 여기에 '섀넌의 도깨비'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무질서에서 질서를 뽑아낸다는 물리학의 오래된 사고실험 '맥스웰의 도깨비'에서 따온 이름인데, 이 도깨비는 변동성이라는 무질서에서 수익을 뽑아냅니다.
저는 이 이야기를 처음 읽었을 때 솔직히 믿지 않았습니다. 기대수익이 없는 자산에서 수익이 나온다는 건 공짜 점심처럼 들렸으니까요. 그래서 퇴근한 밤에 노트북을 열고 직접 시뮬레이션 코드를 짜서 돌려 봤습니다. 동전 100번 던지기를 1만 번 반복하는 여섯 줄짜리 스크립트였는데, 결과 그래프를 보고 한참을 앉아 있었죠. 개발자라서 좋은 점이 하나 있다면, 믿기지 않는 주장을 만났을 때 코드로 직접 확인해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글은 그 밤에 제가 확인한 것을 정리한 기록입니다.
시뮬레이션이 보여준 두 개의 그래프
규칙은 두 가지 전략을 비교하는 것입니다. 전략 A는 이 동전 주식을 사서 그냥 들고 있습니다. 전략 B는 돈의 절반만 주식에 넣고 절반은 현금으로 두되, 동전을 던질 때마다 다시 반반이 되도록 맞춥니다. 주식이 2배가 되면 늘어난 만큼 일부를 팔아 현금으로 옮기고, 절반이 되면 현금으로 주식을 사서 채우는 식이죠. 눈치채셨겠지만 전략 B는 매일 하는 리밸런싱입니다.
동전을 100번 던지는 실험을 1만 번 반복해 보면 결과는 이렇게 갈립니다.
- 전략 A(그냥 보유): 전형적인 결과는 원금 근처의 제자리걸음. 극소수의 행운아만 대박이 나고, 대부분은 지루하거나 처참합니다
- 전략 B(반반 리밸런싱): 전형적인 결과가 우상향. 수학적으로는 동전 한 번마다 약 6%씩 불어나는 속도입니다
여기서 "확률이 반반인데 어떻게 보유가 제자리냐, 평균적으로는 오르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들 수 있습니다. 실제로 한 번 던질 때의 기대값은 +25%(2배와 절반의 평균)입니다. 하지만 내 계좌가 실제로 겪는 건 평균이 아니라 곱셈의 연속이죠. 2배가 된 다음 절반이 되면 정확히 본전입니다. +100% 뒤에 -50%가 오면 남는 게 없는 것, 이게 변동성이 수익을 갉아먹는 방식이고 '평균 수익률'이라는 말이 종종 착시가 되는 이유입니다.
산수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전략 B에서 앞면이 나오면 자산은 1.5배(현금 절반 + 주식 절반의 2배), 뒷면이 나오면 0.75배가 됩니다. 앞뒤가 한 번씩 나오면 1.5 × 0.75 = 1.125배. 즉 동전 두 번마다 12.5%가 남습니다. 반면 전략 A는 2 × 0.5 = 1, 정확히 제자리죠. 같은 동전, 같은 주식인데 자산을 나눠 두고 비중을 되돌리는 것만으로 곱셈의 성장률 자체가 달라지는 겁니다.
그 밤에 제가 놀랐던 건 결과 자체보다 이 대비였습니다. 주식을 고르는 안목도, 시장을 맞히는 예측도 전혀 개입하지 않았거든요. 수익의 출처는 오직 '변동성'과 '비중을 되돌리는 규칙', 둘뿐이었습니다.
도깨비의 정체는 리밸런싱하는 손입니다
이 마법의 정체를 뜯어 보면 사실 단순합니다. 반반을 유지한다는 규칙은, 주가가 오르면 자동으로 일부를 팔고 내리면 자동으로 사게 만듭니다. 비쌀 때 덜어 내고 쌀 때 채우는 행동이 감정 없이 기계적으로 반복되는 것이죠. 변동이 클수록 이 '고점 매도, 저점 매수'의 폭도 커져서, 도깨비는 변동성이 클수록 오히려 신이 납니다.
여담으로 섀넌 본인도 실제 투자에서 뛰어난 성과를 냈다고 전해집니다. 다만 정작 그의 계좌를 키운 건 이 도깨비 전략이 아니라 좋은 회사를 오래 들고 있는 쪽이었다고 하죠. 사고실험은 원리를 보여 주는 도구였고, 현실의 투자는 또 다른 문제였던 셈입니다.
투자 세계는 이것을 '변동성 수확'이라고 부릅니다. 보통 변동성은 투자자를 괴롭히는 비용으로만 여겨지는데, 리밸런싱이라는 손이 붙는 순간 수확할 수 있는 재료로 바뀝니다. 앞서 손실회피 글에서 사람의 감정이 '내릴 때 팔고 오를 때 사는' 반대 방향으로 몰아간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도깨비는 정확히 그 반대를 기계적으로 실행하는 존재인 셈이죠.
물론 현실의 주식은 동전이 아닙니다. 이 사고실험이 극적으로 작동하는 이유는 변동이 아주 크고, 두 자산(주식과 현금)이 서로 따로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현실에서는 몇 가지 조건이 붙습니다.
- 서로 다르게 움직이는 자산끼리 섞을수록 효과가 커집니다. 자산배분에서 상관관계를 따지는 이유입니다
- 거래에는 비용과 세금이 들어서, 매일 리밸런싱은 현실에서 손해가 되기 쉽습니다. 주기나 밴드를 두고 하는 이유죠
- 꾸준히 오르기만 하는 자산에서는 그냥 보유가 이길 수 있습니다. 도깨비는 '예측 없이도 되는' 전략이지 '항상 이기는' 전략이 아닙니다
도깨비를 내 계좌에 들이는 법, 그리고 도구
현실 포트폴리오에서 도깨비의 흔적을 가장 쉽게 보는 곳은 주식과 현금, 혹은 주식과 채권처럼 성격이 다른 자산의 조합입니다. 한쪽이 크게 출렁일 때 다른 쪽이 버텨 주면, 비중을 되돌리는 과정에서 '비쌀 때 팔고 쌀 때 사는' 거래가 자연스럽게 일어나죠. 앞서 다룬 자산배분과 현금 이야기가 이 사고실험과 하나로 이어지는 지점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 사고실험을 '리밸런싱을 계속하게 만드는 이야기'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하락장에서 내린 자산을 사는 건 매번 무섭습니다. 그럴 때 이 동전 주식 그래프를 떠올리면, 지금 하는 매수가 감이 아니라 수학이 시키는 일이라는 확신이 생기죠. 실제로 제가 리밸런싱 주기를 한 번도 거르지 않게 된 건 이 시뮬레이션을 직접 돌려 본 다음부터였습니다.
내 계좌에서 흉내 내는 방법은 거창하지 않습니다. 먼저 종목과 현금의 목표 비율을 정합니다. 반반일 필요는 없고, 감당할 수 있는 변동에 맞는 비율이면 됩니다. 그리고 사고실험처럼 매일 되돌리는 대신, 분기 같은 주기나 비중이 일정 폭을 벗어났을 때만 되돌리는 규칙을 정하죠. 거래비용을 아끼면서 도깨비의 원리만 가져오는 절충입니다. 앞서 다룬 리밸런싱 주기와 밴드 글이 바로 이 절충의 각론이고요.
RebalanceGo는 이 도깨비의 손을 대신해 주는 계산기입니다. 종목과 현금의 목표 비중을 정해 두면, 비중이 틀어졌을 때 무엇을 몇 주 팔고 사야 반반이든 6:4든 정한 비율로 돌아가는지 알려 주죠. 도깨비의 핵심이 '계산은 기계에게, 실행은 규칙대로'라면, 사람이 할 일은 비율을 정하는 것과 주기를 지키는 것뿐입니다.
이 글은 리밸런싱의 원리를 보여 주는 사고실험을 소개하는 정보이며, 특정 전략이나 상품의 수익을 보장하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변동성 앞에서 흔들릴 때마다 기억해 두시면 좋겠습니다. 제자리걸음 동전에서도 질서를 뽑아내는 손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손은 예측이 아니라 규칙에서 나온다는 것을요.
이 글은 투자 입문자가 이해하기 쉽도록 정리했으며, 내용은 운영 과정에서 순차적으로 보완될 수 있습니다. 특정 종목의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